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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에 대한 단상 : 육근만 사무국장 (한은소식,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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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7-14 18:20 조회10,7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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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은소식 7월호 송현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다문화(多文化) 시대에 대한 단상(斷想)
 
 
언제부터 차(茶)에 관심을……
2014년은 필자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월은 태어나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군대생활을 했던 고향인 대전에 소재하는 우송대학교 국제경영학부 교수 임명, 그리고 연말에는 (사단법인)한국다문화연구원 사무국장을 겸임하게 되면서 두 종류의 명함을 소지하고 다녀야 했으며 두 번째 명함을 건네면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질문을 하였기에 한글 명함에 Korea Multi-Culture Research Institute를 새겨 넣은 명함을 다시 제작해야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은행 해외 학술연수원으로 선정되어 미국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졸업식 날 총장님께서 외국 학생들을 모두 일어나라 한 후 98개국에서 온 외국학생들의 졸업을 서로 축하해주라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이 상황이 필자와 다문화의 첫 대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 외길로 살아온 터라 저와 상관없었던 것 같은 다문화현상에 대해 귀중한 지면을 채우려 하는 것이 큰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지만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접하면서 알게 된, 우리가 한두 번쯤은 숙고해 보아야 할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는 판단에 감히 주제로 삼아 한은 가족들에게 소개하고자 함을 혜량해 주시면 합니다.
 
대전시 인구보다 많은 170만여 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1990년도에 4만5천 명 정도라는데 급격하게 많아졌죠?
내국인 대비 비율이 3.4%로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증가 속도는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합니다. 인적, 물적 이동에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Borderless Era)의 당연한 결과겠죠.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를 다문화사회라고 한다면 우리도 다문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다문화가족, 외국인 근로자, 외국 유학생 등, 심지어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같은 민족인 북한 이탈 이주민들도 ‘새터민’ 이라는 명칭을 부여받고 다문화의 한 부류로 다문화 정책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는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외국에 진출하는데 더 익숙한 진취적인 기상을 타고났습니다.
구한말의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진출에서부터 멀리 연해주를 거쳐 중앙아시아까지, 최근 영화 <국제시장>에서 나왔던 서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전쟁터까지 자의이든 타의이든 물 설고 낯 설은 외국에 진출하여 다문화를 경험한 우리 동포가 남한인구의 15%에 이르는 750만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우리 민족의 단일성과 우수성에 대해 교육받아 왔습니다. 배고프더라도 안빈낙도의 정신세계를 귀중히 여겼고 한글의 우수성과 건축의 곡선미를, 최근에는 한류라 일컬어지는 한국문화의 우월성을 암암리에 과시하며 살아 왔습니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외국문화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란 다를 수 있지만 틀린 것은 아니며 옳고 그른 문제는 더더욱 아니고 나름대로 한 사회의 삶의 방식인 만큼, 각기 다른 문화와의 상호작용에서 문화의 우월을 논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단일문화사회에서 살아온 우리는 이런 학습에 익숙해져 있었지요. “이것은 수 천 년 동안 내려온 우리 문화유산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미풍양속입니다. 우리 문화는 세계 최고입니다.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자기문화 중심적(Ethnocentrism) 발상이라 여겨집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다문화를 수용할 다문화 수용성이 뒤처져 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잘못이 아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인 우리 문화의 일부분입니다.
 
우리 사회가 단일문화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다른 문화출신의 사람과 접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문화가 다른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이웃이나 동료 또는 업무 파트너와 서로 효율적으로 함께 하며 의사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기술과 태도 및 다양한 문화에 대한 지식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는 서로 다른 가치와 규범, 언어와 생활방식을 지니고 있고 이는 각각 나름의 타당성과 가치가 있습니다. 다문화사회의 도래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면 다른 문화를 지닌 사람들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다문화이해는 중요한데,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실패하는 큰 이유가 문화적 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국내기업도 똑같습니다. 다문화 이해는 다문화 노동 현장과 국경을 넘어서 일하는 노동자, 경영자, 기업가에게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영화산업으로 유명한 MGM 그룹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제일 큰 MGM 호텔을 건립하면서 호텔입구에 MGM의 상징인 ‘포효하는 사자상’을 설치하고 사자 입을 통해 관광객들을 출입하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채택하였으나 카지노 주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크게 실패하고 이를 수정했다고 합니다. 사자 입속에 들어가면 재수가 없고 가진 것을 잃는다는 중국인들의 문화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들이 국내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큰 부분이 차별과 편견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이라고 합니다. 다문화가족의 2세들에게도 이러한 차별과 편견이 가해져 어린 그들의 정체성 혼란까지 일으킨다고 합니다. 단일민족의 우월성과 타문화에 배타적인 우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지사지로 750만여 명의 해외 진출 우리 국민이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들입니다. 요즘 제가 다문화연구원에서 주력하고 있는 일이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이해교육과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멘토링 사업입니다. 지난 주에는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와 공동으로 논산의 모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경제교육과 다문화 이해 교육을 실시하였고 계속 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퇴직 후에도 한국은행으로부터 초보교수 역할을 하는데 특강, 자료제공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타문화에 대한 배려, 관용과 상호존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기본인권 등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을 구성요소로 하는 다문화주의를 깊이 이해하려는 절대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일들입니다.
 
요즘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인종 문제 등 다문화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에 비극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음을 언론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다문화시대를 맞이하여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와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 판단되어 앞으로도 미력하나마 다문화사회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한은 가족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할게요.
 
 
 
 
 
글 육근만 퇴직직원(우송대학교 국제경영학부 교수)
     (社)한국다문화연구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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