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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시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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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유나 작성일12-10-08 10:25 조회21,7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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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시어머님

 

 

저는 베트남에서 온 배유나입니다.

저희 시어머님의 성함은 김자 여자 숙자 김여숙 입니다. 결혼 한지 40년 되셨는데 결혼이후 지금까지 줄곧 공주에서 농사 짓고 사십니다. 처음 한국 와서 시어머님을 뵈었는데 한국사람 인데도 베트남 사람처럼 얼굴이 까매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에 있는 친정엄마는 외출할 때 항상 팔찌, 반지, 귀걸이 ,목걸이 하고 다니시는데 , 시어머님은 악세사리를 하나도 안하셨어요. 혹시 시어머님이 너무 가난 하신거 아냐? 라고 생각 했습니다. 저는 살면서 우리 시어머님께서 자식들 키우시느라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는 분이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 밤을 따러 어머님과 함께 산에 올라갔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장화를 싫다고 하는데도 굳이 저에게 양보해 주셨습니다. 갑자기 밤나무에서 밤송이가 우수수 떨어지더니 커다란 밤송이 하나가 제 손등을 찔러 가시가 붙었습니다. 어머님은 저보다 더 놀란 얼굴로 아가 이것을 어쩌냐 어쩌냐 하시며 어머님은 밤 가시를 직접 빼주고 문질러 주셨습니다. 밤을 줍고 나서는, 남편 간에 좋다면서 미나리를 자르러 가셨습니다. 그때 저는 따라가다가 갑자기 다리가 저려서 못 걷게 되자 어머님이 막 주물러 주셨어요. 저는 어머님께 다리를 보이는게 싫어서 별거 아니라고 괜찮다고 했는데도 어머님은 가만히 있으라면서 계속 주물러 주셔서 너무 죄송했어요. 집에 오니까 그날 피곤했는지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어머님은 제 이마에 찬 물수건을 얹어 주셨습니다. 제가 조금만 다쳐도 조금만 아파도 이렇게 아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울 뻔했어요.

 

제가 공주에 간다고 전화하면 우리 어머님은 벌써 제가 좋아하는 과일과 음식을 준비해 놓으세요. 저는 원래 마른 체격인데 너무 고생하느라 말랐다고 하시면서 밥도 챙겨주시고 제가 안 먹으면 막 떠 먹여주세요. 그러면 저는 어머님 한입, 저도 한입 이렇게 먹자고 하죠. 어머님 힘든 모습을 뵈면 마음이 아파 아침 일찍 또는 주무시기 전에 시부모님 팔 ,다리를 주물러 드려요. 그러면 어머님은 제 손 잡고 너 욕 봤다고 하세요. 어머님 생신 때 제가 목걸이랑 가방도 사드렸어요. 비록 비싸지 않지만 제 마음을 담았어요.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더 좋은 것 꼭 사드리고 싶어요.

 

얼마 전 형편이 어려워서 차를 팔아야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차를 타고 시댁에 갔습니다. 어머님은 앞으로 차가 없으면 자주 못 오고 김치 ,반찬 같은 것 다 못 가져 갈텐데 하시며 제 손 잡고 우셨어요. 제 남편 원망 하셔서 저도 어머님 보며 같이 울었어요.

 

어릴 때 우리 베트남 엄마가 생각납니다. 밥 하라고 했는데 말 안 듣고 놀러만 다녔고 어려서 엄마의 깊은 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시어머님으로부터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요. 어머님 덕분에 저는 자식을 위해 애쓰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님 ,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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