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리포트 : 혼자서 한국을 느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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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0-13 13:31 조회22,907회 댓글0건본문
9월 어느 날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축하합니다. 시상식에 참석해주세요”
저는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말하는 것보다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글짓기대회에 3개씩이나 응모했습니다. 물론 내용은 다 다릅니다. 그 중에 2개는 상을 받았습니다. 떨어진 하나는 여기 (사)한국다문화연구원이 주최하는 글짓기대회였습니다. 사실 제일 자신이 있었는데 상을 못 받았습니다. 제 글에서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한 단계 높은 목표를 세워서 글을 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욕심을 내서 다문화가정이 대상이 아닌 대회에도 응모합니다. 물론 상을 받으면 좋겠습니다만 조금씩 발전하고 싶어서 도전하는 겁니다.
문자를 보내주신 곳에서는 시상식에 절대로 참석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은 일본어수업의 스케줄이 있어서 도저히 참석을 못한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통화 상대인 남자 분은 시상식이 아니라도 다음날이라도 와야 상금도 전달할 수 있다고 하셔서 저는 오랜만에 혼자 하루를 잡아 서울에 가기로 했습니다.
가까운 역에서 아침 7시 반쯤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좋아하는 초콜릿을 가방에챙겨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창밖을 보면서 힐링하러 떠났습니다.
먼저 시상식이 있었던 빌딩에 가서 전화 통화했던 남자 분과 만나 상장과 상금을 받고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딱 11시였습니다.
힐링의 시작입니다. 먼저 제가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언니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감사하게도 언니도 학교 쪽에서 일이 있어서 일본어수업이 취소되었다고 해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언니의 소개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센스 있는 커피숍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같은 일본어강사로서의 고민, 같은 나이의 고등학생 딸 얘기, 한국에서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서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얘기 등 오랜만에 만나니까 서로의 근황 등 말은 해도 해도 끝이 없었습니다.
언니와 헤어지고 역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서 옷 구경을 했습니다. 몇 년 만에 백화점에서 옷 구경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쁜 옷, 스카프, 코트…입어보고 싶었지만 사이즈가 안 맞아서 못 입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다이어트를 권유하는 저의 깊은 속마음은 항상 식욕이라는 욕심에 지며 살아온 것을 후회했습니다.
올 해 가을, 겨울의 유행을 알아보고 인터넷쇼핑으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하루를 보내며 역시 나이를 먹어도, 살이 쪄도 그리고 이주여성이라도 이런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푹 자고 역에 도착해서 저녁을 위해 슈퍼에 가는 것으로 조금 긴 나만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아주 오랜만이었던 짧은 하루…, 그것도 서울이라서 바로 끝났지만 조금이나마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주여성들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엄마가 되고 육아를 하느라 바쁩니다. 물론 가끔 다문화센터나 복지관에서 놀러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혼자 계획 세워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시간이 가장 필요한데 말입니다.
저는 다음에는 혼자서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한국의 좋은 곳이 얼마나 많습니까? 정말 어디에도 못 가봤습니다. 혼자 알아보고 계획 세우고 여행을 갔다 온 후 흥미로운 글을 써 일본인들을 위한 [한국여행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한국어도 더욱 공부해야 되고 돈도 많이 벌어야합니다. 그래도 항상 의미와 보람이 있으며 내 마음을 흔들며 살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기대하시라~ 대한민국아~ 제가 갑니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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