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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마음을 움직이고 하나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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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짤보 강치맥 작성일12-04-04 10:13 조회19,4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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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몽골에서 온 짤보 강치맥입니다.

 

2004년 봄, 어느날 아침, 내가 고향을 떠나는 날 새벽에 갑자기 폭설이 내렸다.

옛날부터 몽골에서는 멀리 갈 때 비나 눈이 오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학생인 딸에게 "조그만 참아 엄마, 금방 올께" 라며, 오른쪽 뺨을 맞대고 이별을 가슴 아파하며 속으로 울면서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기가 이륙 할 때부터 머릿속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스튜어디스의 안내 방송을 듣고 잠을 깼다. 깊은 잠 때문에 몸과 마음이 편했지만 막상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한국 땅에 첫걸음을 내딛자마자 두려움이 앞섰다.

한국에 도착 했을 때에는 몽골과 너무도 다르게 날씨가 따뜻했다.

 

이렇게 30대 후반에 새로 시작된 한국생활!

서울, 강원도, 경기도의 여러 곳에서 식당, 의류공장, 회사 등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였지만 한국생활은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일을 했다.

 

그 때 경기도의 작은 면에 있는 식당에서 일하던 중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처음에 나는 한국말을 잘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감정표현을 자주 하였다. 상대방이 남자라면 모두 다‘아저씨’, 좀 젊어 보이는 여자에게는‘언니’, 나이 들어 보이면‘아줌마’라고 눈치껏 불렀다.

 

내가 아침밥을 먹을 때마다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어떤 아저씨가 내 앞 상에 앉아 식사를 했다. 아침마다 온 그 아저씨는 나에게“한국말을 빨리 배우네요”, 바빠서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어 반찬 없이 밥에 김을 말아 대충 먹고 있는데, “밥을 아주 맛있게 드시네요, 저도 김 좀 주세요”라고 하며, 말을 붙였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에게 관심을 갖고,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저씨를 "오빠"라고 불렀다. 그러는 동안 서로의 마음과 생각이 같아 반지를 주고받으며 변함없이 사랑하기로 약속하고 혼인신고를 하였다.

 

여느 부부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가끔 부부싸움도 하곤 했지만, 착하고 우직한 남편은 나를 많이 배려하고 나의 얘기를 경청해주었다.

몇 년 전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남편에게 1년 동안은 머리카락을 자르지 말라고 했다. 몽골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 풍습이 있었기에..., 남편은 매우 황당해하면서 결국은 내 뜻에 따라주었고 불편함을 참고 머리를 길렀다. 어찌 보면, 우습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남편의 진심어린 사랑과 헌신으로 나를 빨리 한국에 정을 붙이게 하였다.

 

우리는 재혼 가정으로 양 쪽에 딸이 한 명씩 있다.

처음에는 남편의 딸하고 마음의 갈등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지만, 진심으로 관심을 표현하니 어느 날, 나를 "엄마"라고 불렀다. 짧은 순간 내가 혹시, 잘 못 들은 것은 아닌가! 라고 멈칫하고 있을 때 남편이 딸에게 "고맙다 우리 딸!"하고 안아주었다.

 

큰 딸은 몽골 국립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유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학업에 대한 의욕이 강하여 4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으며 자립심도 강하다.

고등학교 1학년인 작은 딸은 일본어로 작사, 작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재이고, 몽골어 실력도 만만치 않다. 처음 둘 사이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지만 이제는 한국어와 몽골어로 대화가 되어, 나는 훌륭한 딸들의 엄마가 된 것 같다.

 

현재 두 딸은 친자매처럼 서로 챙겨주고, 미래에 대한 구상도 함께 나눌 정도로 가족애가 두터워 더없이 큰 희망이 되었다.

 

두 딸은 생일도 같은 12월이다. 그래서 이번 생일엔 딸들에게 정말 신나는 생일파티를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렇게 12월에 태어난 두 딸 때문인지 우리가족은 겨울을 좋아한다. 이번 겨울방학 때는 아산영인에 있는 눈썰매장에 가서 썰매를 타고,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기쁜 마음으로 두 딸을 즐겁게 해줬다.

 

인생은 살아가면서 가장 보람되는 일 중의 하나가 “자식농사”를 잘 짓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날 작은 딸이 "우리 엄마는 몽골어로 글쓰기를 잘하시지만, 이제는 한국어로도 잘 쓸 수 있다" 라고 하며 한마당 글짓기 대회에 신청했다고 했다.

부족하지만 용기를 준 딸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했다. 그 후 한마당 축제에 참가하여 생각과 느낌을 ‘울타리’라는 시를 썼다.

한마당 축제의 글짓기 대회 발표!!!

나는 장원상의 주인공이 됐다. 날뛰듯이 기뻤지만 너무 큰 상을 받아 당황스러웠다. 상금과 상장보다는 신뢰감을 준 딸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감동을 받아 눈물도 흐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우리 가족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진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하나가 되게 만든다.

엄마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준 딸의 사랑하는 마음!!!

함께하는 삶, 힘들 때에는 서로 돕고, 좋은 일에는 서로 기쁨을 나누는 하나가 된 우리가족의 힘.

 

살다보면 기쁨과 슬픔이 엇갈릴 때가 많다.

그렇지만 우리의 관계는 해마다 마음과 마음으로 친밀한 사이로 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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