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께 차려드린 첫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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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짤보 강치맥 작성일12-12-12 10:15 조회21,6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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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반찬 없는 첫 식탁
 
짤보 강치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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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도 없고 밥도 없는데 뭘 먹느냐"며 
시아버지는 언짢은 얼굴로 그냥 들어가 버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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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1년쯤 지나,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게 되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제일 큰 문제가 시 아버님에게 해드릴 첫 식사였다. 
‘정말 잘 차려드리고 싶은데, 무슨 음식을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며 식단을 적어봤다.
첫째,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기
둘째, 몽골 음식을 한국식으로 하는 방법을 찾기
셋째, 재료는 고기와 밀가루 들어가는 음식으로 하기
넷째, 다섯 살 때부터 배운 밀가루 기술을 사용하기
다섯째, 노력한 만큼 자신감을 보여드리기.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문득, 칼국수가 떠올랐다. '그래 이걸 해드리자.'
기쁜 마음으로 칼국수에 들어간 재료들을 메모지에 적어 그리 멀지 않은 재래시장에 갔다. 닭을 포함한 여러 가지 재료를 샀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닭을 잘 씻어 감자, 당근, 마늘 등을 큰 그릇에 넉넉히 넣어 약한 불로 익히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 어렸을 때 배운 밀가루 반죽 기술로 적당히 반죽하여 자신감 있게 밀대기로 잘 밀었다. 완성된 면을 또박또박 잘 썰어 육수에 넣었다. 그리고 밥상에 완성 된 닭 한 마리를 예쁜 그릇에 놓고 위에 쪽파를 조금 썰어 장식같이 뿌려 얹었다. 또 감자와 당근을 접시에 색을 맞춰 멋지게 담았다. 한국 밥상은 김치가 빠지면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김치와 소주도 같이 차려냈다. 
시아버지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방문을 두드렸다. "아버님, 진지 드세요." 
시아버지가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차린 밥상을 한번 보더니 “반찬도 없고 밥도 없는데 뭘 먹느냐.”며 언짢은 얼굴로 그냥 들어가 버렸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처음으로 해드린 식사인데, 수고 했다는 칭찬도 없이 언짢은 얼굴로 그냥 들어가시다니…. 그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때 남편이 “당신은 음식을 잘 하니깐 괜찮아!”라며 내 어깨를 두드려 줬다. 땅에 떨어졌던 용기가 다시 생겼다. 또 한 번 조심스럽게 시아버지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버님, 진지 드세요."
방에서 나온 시아버지는 밥상에 차려진 칼국수와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곤 자리에 앉아 정성스럽게 차린 칼국수를 드셨다. 입에 맞는지 콧등에 땀이 흐르도록 드셨다.
상을 물리며 시아버지가 "고맙다, 애미야. 다음부터 애미가 식사 준비를 알아서 해줘라"라며 칭찬해 줬다. 그 한마디에 서운하고 당황했던 마음이 어느새 싹 사라졌다.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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