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 아이들을 향한 작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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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소연 작성일13-07-31 10:36 조회22,1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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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가정 아이들을 향한 작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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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연(홍성군다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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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에 한 학교에 중국어 수업을 나갔을 때였습니다. 수업 중에 유난히도 작고 얼굴이 어두운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외모를 보니 다문화 가정의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그 아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못하고 제가 질문이라도 하려 하면 고개를 숙이고 책상만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의 차례가 지나가면 다시 고개를 드는 아이였습니다. 몇 번 더 수업을 나간 후에 그 아이가 친구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안후 수업을 갈 때마다 그 아이를 더 잘 살피려 노력했지만 아이는 제가 다가가면 뭔지 모를 벽을 세워 저를 밀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아이의 가정 형편 때문에 생긴 그늘과 벽이었습니다. 
  아이는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형편이 넉넉지 못한 탓에 옷차림새며 겉모습이 여느 아이와는 달랐습니다. 바지 무릎 부분이 다 터져 크게 꿰맨 옷을 입고 오기도 하고 가끔은 할아버지가 입었던 조끼를 그대로 입고 학교에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도 아들을 키우는 처지인지라 그 아이가 안 돼 보이고 안쓰러웠습니다.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저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즐겁게 보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와 함께하는 수업 시간이면 더 밝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그 아이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 까 고민하면서 수업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두 달이 지나자 그 아이는 차츰 저에게 마음을 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먼저 저에게 아는 척 하며 다가오고 인사를 건네고, 수업 시간에도 더 이상 뒤로 물러나지 않고 번쩍 손을 들고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율동도 함께 하면서 점차 중국어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 학교에 수업이 있는 날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얼른 가서 그 아이를 볼 생각에 괜스레 들뜨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석을 했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다 담임선생님께 뜻밖에 얘기를 들었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더 이상 양육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 그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겨야 했던 것입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없고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그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3년 가까이나 되는데 한 번도 그 아이의 개인 사정을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3년을 함께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율동도 하면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었는데 제 자식 같이 생각했었던 그 아이를 더는 못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분명 주위 사람들이 조금만 더 그 아이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와 떨어져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보육시설에 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뿐이었습니다. 왜 그 때 그 아이에게 더 신경을 써주지 못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다문화가정 증가율이 갈수록 높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의 결혼이 많아질수록 이혼율 또한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혼하는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이 겪는 경제적인 문제와, 폭력 문제는 이혼과 함께 자녀까지도 따로 살게 되는 다문화가정의 해체를 야기합니다. 여건이 되지 않는 양 쪽 부모 누구도 아이를 맡고 싶지 않아하고 양육을 포기함으로써 아이들은 부모와 살 수 없게 되고, 제가 만났던 그 아이처럼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게 된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여건들 때문에 다시 보육 시설로 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문화가정의 이혼으로 버려진 아이들의 보육은 과연 누가 책임져야하는 걸까요?
  이혼 후에 나 몰라라 하는 아버지와, 생계를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어머니, 자식의 이혼으로 손자, 손녀를 떠맡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이런 가족들에게서조차 버려져 보육시설로 내몰리는 불쌍한 아이들. 아이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아 보육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 아이들이 원하는 최선은 아버지든 어머니든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실에선 참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들이 벌어집니다. 지원 받을 수 있는 최저 생계비로 아이를 키우며 살기에는 너무 빠듯한 살림이 되고, 아이를 두고 일을 하자니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일을 포기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본 아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해야만 합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 이 아이처럼 결국엔 모두 보육시설에 맡겨져 커야 하는 것일까요? 진정 이 아이와 어머니나 아버지가 함께 살면서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그런 이들을 위해 충분한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거나, 부모님이 일을 나가있는 동안 아이를 돌봐 줄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맡겨야 하는 가슴 아픈 일들은 전 보다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한 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법률이 마련되었지만 충분한 경제적인 원조를 해주지는 못하므로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내어 그들을 지원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24시간 운영 되는 보육시설을 지자체별로 두어 늦게까지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해도 불안하지 않도록 24시간 보육시설을 더 확충해야 합니다. 
  다문화가정에서 나고 자랐고, 또 부모가 이혼을 했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다수의 아이들이 부모와 가족의 무관심에 보육시설에 맡겨져 자라고 있고,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육시설에 가는 것이 최선의 결정은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의 의견과 전혀 상관없는 어른들의 선택이었고, 그 결정에 피해를 보는 것은 맡겨진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양육될 수 있도록 엄마가 함께 하는 공동 양육시설 같은 곳도 마련이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쉼터처럼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함께 육아를 해주는 시설이 있다면 현실적인 도움도 될 수 있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니 서로의 아픈 맘을 잘 알아줄 수 있어 심리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해 본 생각입니다. 이런 시설이 마련된다면 아이를 낯선 보육시설에 맡겨야 하는 가슴 아픈 일은 많이 줄어들겠죠. 
  지금도 그 때 그 아이가 자꾸 생각이 납니다. 제 아들 모습과 겹쳐 더 마음이 아프답니다. 제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 아이를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봤었다면 그 아이는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면서 학교에 잘 다니고 있었겠지요? 그 아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아이들이 이제 가족의 품을 떠나 낯선 곳에 맡겨지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실적인 원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고 시설이 확충 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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