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대상 다문화이해교육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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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즈미야마 시가꼬 작성일13-11-29 14:44 조회22,609회 댓글0건본문
공무원 분들이 제 강의를 들어주셨던 날
세종시 이즈미야마시가꼬
[급격하게 진행되는 다문화사회를 맞이하여 다문화에 대한 편견해소, 인종갈등 및 문화적 충돌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다문화에 대한 이해도 제고]
자~ 여러분 이것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10월 22일에 충남공무원교육원에서 제가 강의 했던 교육과정의 운영계획입니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습니다.
[다문화사회이해 과정]…이것이 제가 일부 강의를 맡은 공무원 분들이 받으신 교육과정입니다. 이 교육과정에서 강의하시는 분들의 성함들을 봤더니 다~ 연구소장님, 교수님, 이사장님들이었습니다.
그 이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되었습니다만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제의가 왔을 때는 한 번에 승낙하였습니다.
9월말에 연락이 와서 강의 전 날까지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마음대로 하면 미움 받겠지?’
‘이주여성으로서 말할까?’
‘아니면 다문화가정의 엄마로서 말할까?’
‘하고 싶은 말하다가 일본사람을 더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그래도 이런 기회! 잡아야지!’
‘준비는 완벽하게 해야겠다!’
매일 매일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나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제대로 된 강의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일본어강사나 다문화강사처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는 자신 있게 못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도전정신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강의 요청을 해주시는 분은 전에 저에게 일본어를 배웠던 분이었습니다. 워낙 열심히 배우셨던 분이라서 그 분을 위해서 더 잘 하고 싶었습니다. 강의는 말로만 해도 되고 PPT를 이용해도 되고 강사에 맡기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한국어 발음도 정확하지 않는 일본인인 데에다가 나이를 먹어서 다~ 잊어버릴까봐 실수하지 않게 ‘나’를 위해서 PPT를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파워포인트에서 그냥 만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우리 딸에게 보여주었더니 한 마디 했습니다.
“엄마! 이렇게 촌스러운 것 안돼! 좀 한다는 걸 보여줘야지~” 라고 하면서 어떻게 찾았는지 아주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바탕화면에 저장해주고 바로 기숙사에 가버렸습니다.
그 날부터 내 머리는 ‘옛날에 힘들었던 시기’에 돌아가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 원하는 내용이 문화차이,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점, 여러 에피소드, 이주여성에게 필요한 것 등이었습니다.
‘옛날에 힘들었던 시기’라고 하면 눈물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재미와 신선한 이야깃거리가 많았습니다.
PPT도 완성하고 하고 싶은 말까지 붙인 뒤 드디어 공무원 분들에게 강의를 했습니다. 그 날은 같이 베트남 분도 준비해오셨지만 감기로 인해 목 상태가 안 좋아서 원고를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못 해서 아쉬웠습니다.
저는요?
잘 했습니다. 생각보다 떨지 않고 하고 싶었던 말은 할 수 있었습니다.
반응이요?
많이 웃어주고 끄덕끄덕해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기분이요?
최고 좋았습니다.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좀 나이 먹은 일본아줌마는 열심히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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