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무, 그리고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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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가꼬 작성일14-01-13 09:44 조회23,023회 댓글0건본문
고구마, 무, 그리고 교과서
이즈미야마 시가꼬(세종시)
1월의 어느 날 택배가 왔습니다. 인터넷쇼핑 외의 택배를 받는 것도 아주 오랜만이라서 무척 기뻤습니다. 그것도 얼굴도 모르는 분이 저에게 보내주셨습니다. 너무나도 고마운 분입니다.
저에게 그렇게 잘 해주시는 분은 대학교 선배님입니다.
저는 작년에 큰 결심을 내리고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몇 년 동안 고민하다가 입학하는 방통대(다들 이렇게 부르고 있더라고요)는 생각보다 어렵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졸업할 수 있는 확실한 대학이었습니다.
입학식 때는 많았던 사람들이 반은 힘들어서 그만두신 것 같습니다. 일과 공부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예상은 했지만 지난 1년은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점점 알아가게 되었고 [한국사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업 시킬 수 있는 올바른 결정이었습니다.
이번에 택배를 보내주신 분은 SNS로만 대화를 나누고 있던 선배님입니다. 그 분은 일본어로 문자를 주고받기 하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시는 분입니다. 크게 농사를 하고 계셔서 바쁘게 사시는 것 같지만 일본어책도 읽으시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에게 보내주시는 박스를 열어보니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안에는 고구마, 무, 교과서, 일본어책이 들어있었고 고구마도 무도 크고 맛도 좋아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것 같았습니다. 만약에 한국에 친정엄마가 살고 있으면 이런 기쁨도 있겠다싶었습니다. 교과서는 3학년 것이지만 저는 절대 포기 안 하고 졸업할 계획이니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얼른 문자로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드렸습니다. 일본어로 문자를 보내면 일본어로 답장이 옵니다. 일본어가 틀리면 알려주는 것이 제 일입니다. 아주 좋은 관계인 것 같아서 저는 이 인연이 계속 이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방통대는 어렵다고 하시는 분이 많은 만큼 공부를 안 하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일본학과라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일본어’이지만 다른 교양과목이나 일본역사는 저에게 어려웠습니다. 학생 시절에 좀 더 열심히 공부 할 것 그랬다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교양과목도 처음에 강의를 들었을 때는 뭐가 뭔지 전혀 몰라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습니다.
[인간과 사회]?, [언어의 이해]?, 자살론이나 언어의 근원이나 이런 것 까지 공부할 필요가 있나 싶은 정도입니다. 일본문화를 배울 때도 다른 나라에서 보는 시각으로 배우는 것이라서 이해가 안 가고나,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하니까 공부의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가서 중도하차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래도 “하다보면 된다.”라고 누가 하셨는데 정말 하다 보니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 큰 결정을 하면 여러 심정을 느끼면서 힘들지만 얻는 것은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졸업이 아주 큰 산이지만 목표를 달성 했을 때 얼마나 기쁠까 생각하면 남은 3년 동안 열심히 할 것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저에게는 고구마, 무, 교과서를 보내주는 선배님이 계시니까요.
힘이 200% 나옵니다.
“선배님~ 오늘 밤에 고구마 맛있게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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