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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리포트 : 제2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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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6-18 13:00 조회18,7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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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구야, 요즘 한국에 메르스 때문에 난리라던데 빨리 중국으로 오지 않고 뭐해요?”
며칠 전 중국에 있는 친구한테 걸러온 전화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가만히 생가해보니 요즘 국민들의 제일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메르스” 이야기 뿐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ㅁ" 치면 메르스와 관련된 “메르스 증상, 메르스 발생지역, 메르스 사망자 등등......” 정말 뉴스를 보면 볼수록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생각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지 8년이 되었고, 이미 한국에서 뿌리 내렸고, 잘 살고 있습니다. 나라에서 저희 가족과 같은 다문화가족들에게 다양한 지원 정책 덕분에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래 살다보면 오히려 중국에 가면 잘 적응 못하는 상황이 일어납니다. 3년 전에 중국 친정집에 갔습니다. 2일 뒤에 온 몸에 두드러기가 많이 났습니다. 제가 놀래서 병원에 가서 진찰받았는데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특별한 것을 먹은 적이 없는데 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지 의사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 때 의사가 하는 말에 진짜 많이 놀았습니다. “마시는 물이 몸에 잘 맞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우리 남편이 항상 대전 물이 최고라고 자랑했는데 이번 일을 통해 대전물이 진짜 좋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30년 동안 고향의 물을 마시고 자란 제가 몇 년 동안 한국 물을 마시다가 이제 고향의 물이 몸에 맞지 않는 겁니다.
며칠 뒤에 오랜 만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시내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친정집에서 시내에 가는 버스노선을 찾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인터넷을 아무래도 찾아보아도 잘 나와 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습니다. 시내에 도착하고 나서 모임 장소를 못 찾아서 친구에게 연락하려고 공중전화를 찾으려고 빙빙 돌아 다녀도 공중전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길거리와 슈퍼에 공중전화가 있었는데 지금 왜 하나도 없는 걸까? 길거리에 장사하는 아줌마에게 여쭤봤는데 아줌마가 외계인을 보듯이 이상한 시선으로 저를 처다 보고 말했어요. “어디서 왔어요?”
“한국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고향에 왔어요.” 제가 민망하게 대답했습니다.
“어쩐지 공중전화가 없어진 지 몇 년인데 공중전화를 찾는 사람을 처음 봤어요. 요즘 사람마다 휴대전화를 쓰지 누가 중공전화를 써요.”
“아~~ 그렇군요.”
그 때 저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여긴 한국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디 가고 싶으면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몇 번 버스를 타는지, 어떻게 가는지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그래서 한국은 전국 어딜가든 겁이 나지 않습니다. 길거리에 공중전화도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 휴대전화가 많이 보급돼서 거의 개인마다 휴대전화를 다 갖고 있어도 잠깐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에게는 아직 공중전화가 필요한데 곳곳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밖에서 일을 보다가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떨어지고 급하게 전화해야 할 때 여전히 공중전화가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 사회가 더 사람에게 배려해준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편하게 살다보면 중국에 가서 이런저런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에 오래 살아서 그럴까요? 아니면 한국이 살기 좋아서 그런가요?
답은 두 가지 이유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사람은 한 곳에 오래 살다보면 모든 것이 다 익숙해지고 더 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둘째, 한국의 환경이 중국보다 좋습니다. 공기도, 물도, 나라도, 사회도. 저와 같은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배려해주고 제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저의 제2고향 - 한국을 이렇게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글| 다문화리포터 장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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